오늘 우리는 부활대축일을 경축하는 8일 축제의 마지막 자리를 맞이하였습니다. 이제 사순도 지나고 날도 풀리고
우리 가실도 가장 아름다운 봄날을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오늘은 지난 주간 첫날에 있었던 주님 부활의 다음 주간
첫날입니다. 마치 봄날의 꿈결처럼 주님 부활도 한 주간이 지났습니다.
오늘도 역시 주간의 첫날입니다. 이제 우리는 복음에서 말하는 주간 첫날이 바로 주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
다. 모든 복음에서 증언하는 주간 첫 날에 일어난 사건이 주님의 부활입니다. 이스라엘은 안식인인 토요일을 거룩
히 지냅니다. 안식일 다음날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첫 날로 바로 일요일입니다. 주님 부활을 믿는 우리는 안
식일이 지난 주간 첫날인 토요일 해질 무렵부터 일요일 해질 무렵까지를 주일이라 하며 거룩히 지냅니다. 여기서
주일은 바로 예수님이 부활하신 주간 첫날을 의미합니다. 주일은 바로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고 기념한다는 의미입
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주일을 일요일이라 하지 않습니다. 바로 “주님의 날, 곧 주일”이라 부르며, 함께 모여 주님
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 오늘의 주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간 첫날인 오늘을 주님의 날인 주일로 지내며 가실
에 모여 거룩하게 지냅니다.
이제 우리는 오늘을 주일이라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주님의 부활을 믿고 우리 자신의 부
활을 희망한다는 우리의 믿음이며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 부활 신앙이 우리 교회의 핵심입니다. 그러
기에 부활대축일은 지난주처럼 1년에 한 번이지만, 그 외의 모든 일요일을 작은 부활대축일인 주일로 지냅니다. 사
순 시기 동안에도 일요일은 주일로 예외 없이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의 날입니다.
평일 미사에 아무리 자주 참례한다고 해서 그것이 주일 미사와 같지 않습니다. 평일미사에 빠지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주일 미사를 빠지는 것은 분명히 죄가 됩니다. 그렇다고 평일미사에 나오지 마라는 것이 아닙니다. 주일
미사는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거룩하게 지내는 것이고, 평일미사는 바로 그날의 하루하루를 작은 부활로 기념하
고 하루하루를 거룩하게 축복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주간 첫날인 주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습니다. 우리에
게 주일은 빠지면 죄가 되기에 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일은 우리 가실의 모든 교우들이 함께 모여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잔치와 축제의 날입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주간 첫날인 주일에 성당에 함께 모여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보여줍니다. 오늘 1
독서는 주님이 부활하신 다음의 공동체를 보여줍니다. 바로 공동체를 통해 부활의 증언과 증거가 드러납니다. 그
것은 표징과 기적들이라고 하지만, 서로 서로 함께 살아가는 한마음 한몸의 공동체라는 사실이 사도행전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가실 공동체도 거짓이 아닌 참된 공동체라면, 오늘 독서에서 드러난 부활의 증거와 증
언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 가실이 제대로 된 120년된 공동체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언하거나 고백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가실
은 우리 가실의 병자들과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
고 우리 가실이 그들을 치유하고 보살핀다는 사실을 세상에 증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가실이 서로 서로를
힘들게 하거나 서로 무시하여 공동체를 떠나게 해서는 안됩니다.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게 하고, 쓰러지면 다시 설
수 있게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하여 우리 가실을 계속해서 풍족하게 이어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이 부활한지 한주간이 지난 다음 주간 첫날에 제자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입니다. 불과 일주일전에
예수님을 배신하고 도망쳤고, 또한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한 군중들 때문에 사도들은 아직도 무서워 떨고 있습니
다. 복음에서 세상이 너무나 두려워 모든 문을 잠가놓았다고 합니다. 그런 공동체 한가운데에 부활하신 주님이 들
어오십니다. 그리고 더 이상 세상이 두려워 떨지 않는 새로운 부활의 공동체로 만듭니다. 바로 이 부활 공동체가
바로 우리 가실이 모범이 되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부활은 어떤 두려운 장벽이라도 뛰어 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토마스의 자세입니다. 어쩌면, 토마스는 오늘날의 우리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토마스처럼 하느님의 부활을 직접 보거나 체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토마스가 특별히 의심이 많은 사람이기에 부활을 믿지 못했다고 보기보다, 저는 바로 그때, 공동체에 토마스가 없
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 토마스가 주님의 부활을 처음부터 믿지 못한 이유는, 부활하신 주
님이 처음으로 공동체에 나타났을 때, 토마스가 ‘공동체' 안에 함께 있지 않았던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토마스는 공동체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주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이런 공동체를 통해 토마스는 부활
을 믿는 성숙한 신앙인이 됩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며 부활신앙을 고백합니다.
물론 우리 가실에서도 또 다른 토마스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이의 말을 전혀 듣지도 혹은 믿지도
않고 자신의 경험이나 고집만을 내세우는 사람은 아마도 토마스와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여기에서 주님은
토마스에게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가실에 전해 내려오는 부활 신앙입니다. 보지 않고도 부활을 믿는 것이 가실 안에 오랫동안 이어지는 부활 체험입
니다. 그래서 우리 가실은 부활을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됩니다. 그리고 오늘인 주간 첫날을 주일로 거룩히 지냅니
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주일을 어떻게 거룩히 지내야겠습니까. 저는 우리 가실이 자비로운 하느님의 집인 것처럼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은 사랑과 용서를 통해 우리 안에 살아
계십니다. 우리는 자비하신 하느님과 더불어 함께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 가실의 부활신앙입니다. 이제 우리 가실
안에서 주님의 부활이 바로 지금 여러분의 사랑과 자비로 참되게 드러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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