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에게 전화해 놀자고 했습니다.
때를 놓치면 나 보기 힘들거라며 놀자고 막 졸랐습니다.
율리아성님 댁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일찍 서둘러 병원부터 다녀온뒤 젤 먼저 도착했습니다.
율리아성님은 무공해 무조미료반찬을 하십니다.
도울려고 덤벼드는 저에게 손부터 씼으라고 하십니다.
대충 손에 물을 축이니 그게 손 씼은거냐며 비누까지 내 놓으시는 성님의 성화에 흐르는 물에 두 번이나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씼었습니다.
로사가 오고 벨라딧다도 왔는데 베네딕다는 오늘도 바쁘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너만 바쁘냐 나도 바쁘다 니가 성의가 없어서 그런거다 라고 시큰둥거리며 전화를 끊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악간 싱거웠지만 이제 저이들은 율리아성님 무공해에 적응이 잘 되어 갑니다.
과일이 나오고 자연을 사랑하시는 성님은 껍질채로 먹길 원하십니다. 우리는 시키는데로 말을 잘 듣습니다.
잘 말린 국화차가 나오고, 왠만해서 커피는 안나옵니다.
이제부터 수다보따리가 펼쳐질 시간입니다.
카타리나 너거 성당 신부님 되게 좋으시제??
부러운 눈빛으로 살짝 물어들 옵니다.
아주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랑을 합니다.
활기넘치시고 부드러우시고 언제나 친절하시고 마주치는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다고 넘치도록 자랑을 했습니다.
부럽쟈?? 놀러오면 성님이 안주시는 커피로 친절히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벽에 걸린 달력에 성님의 일정이 빽빽하게 적혀있습니다.
와! 성님 진짜 저거 다 하십니까? 잘 알면서 쓸데없이 말문을 엽니다.
레지오,봉헌회,성가대,댄스,민요,교사회,성서공부...
느닷없이 성서 얘기가 나와 저이들을 무안하게 하십니다.
집안 여기저기 책들이 펼쳐져있습니다.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채 어디든 앉거나 서거나 눈이 마주치면 성서구절입니다.
성님 정리 좀 하시지...
야들아 너거들 성서를 어떻게 간직들 하고 있냐고 물으십니다.
그야, 당연히 가장 좋은 명당자리에 곱게 잘 모시고 있지요.
성서는 그렇게 모셔놓으면 우리랑 친밀하게 가까워지기가 쉽지않다면서
어디든 펼쳐놓으라고 하십니다.
신자들 성서를 잘 안본다고 안타까워 하시며 저이들에게 성서랑 친해지라고 강조, 또 강조하십니다. 성서는 보라고 있지 모셔놓으라고 만들어 진게 아니라고...
성님댁을 휘 둘러보니 식탁위, 책상위, 선반, 얹혀질 수 있는 곳에는 성서가 있고 신앙잡지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조용한 자투리공간엔 성님이 쓰시던 흔적도 있습니다.
율리아성님은 항상 신앙이 우선이십니다.놀아도 신앙심으로 놀아야 합니다.
당연히 본 받아야죠.
저이들은 조신하게 성님말을 새겨 들었습니다.
읽고,쓰고,열심히 노력하도록 힘쓰겠습니다.
하고 다짐을 했습니다.
과연,제가 마음먹은 대로 잘 해나갈까요?
물론 바쁘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하느님을 잊고 사는 날들이 더 많았을겁니다. 매일 규칙적이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잠깐 쉬는 틈에 하느님을 향한 약속을 잘 지켜갈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자체이신 하느님,당신의 말씀과 지혜를 듣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저희 의 귀와 마음을 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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