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부활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여러분은 오늘 아침을 어떻게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개 새벽이나 아침미사를 좋아합니다. 아침의 기운과 떠오르는 햇빛이 마치 오늘을 축복하는 그런 거룩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가실의 여러분들이 오늘 아침을 복음의 주간 첫날의 아침처럼 거룩하게 맞기를
기도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가실 성당은 아침 성당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가실이 스테인드글라스에 햇빛
을 가득 머문 아침이 가장 아름답고 묵상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오늘 아침은 바로 주님의 부활아침입니다. 아마 우리 신앙에서 가장 뜻 깊은 아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오늘 아침입니다. 한번 우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 가실의 부활아침을 만끽해 보십시오.
그리고 주간 첫날인 지금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우리 가실의 안나 종소리처럼 온 땅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오늘 부활에 관한 기쁜 소식은 지난 금요일의 깊은 슬픔과 충격 속에 있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거나,
듣고 놀라서 달려가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있다’는 것이 ‘예수님이 부활하
셨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빈무덤이 부활을 증명하는 과학적인 증거가 아닙
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오늘의 ‘빈 무덤’이 우리에게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요
구하고 요청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빈 무덤’을 처음 본 막달라 마리아는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라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어떤 간
절한 희망이 베여 있습니다.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로부터 소식을 듣고 빈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
의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주님에 대한 간절함이 있습니다. 빈 무덤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베드로는 비로소 믿기지 않는 부활의 믿음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 믿음은 스승의 죽음이라는 절망에서 벗
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게 합니다. 이런 베드로의 믿음과 희망은 한없는 기쁨 속에서 당당하게 주님의 부활
을 선포하게 됩니다. 오늘 독서에서 베드로는 자신은 부활의 증인이며, 예수님께서 그 부활을 선포하고 증언하라
고 분부하셨다고 전합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부활의 첫 아침은 우리에게 부활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어제 밤의 “짙은 어둠 속에 묻
혀 있던 세상”에서 지금의 첫 아침의 거룩한 가실로 들러나는 것이 바로 우리 삶의 부활을 보여줍니다. 우리 주변
에는 어쩔 수 없이 “짙은 어둠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병의 고통 중에 있는 분들, 갑작스런 실직
이나 실패로 극심한 가난 속에 살아야 하는 분들, 노년과 요양생활의 외로움 또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 힘들어진
인간관계 때문에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혀 살아야 하는 분들, 깊은 죄의식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에 주님의 텅빈 무덤은 바로 이런 분들에게 열려져 있고 향해 있습니다. 오늘의 텅빈 무덤이 바로
우리의 신앙이며 삶의 어둠 속에 있는 분의 희망입니다. 우리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참으로
이 모든 어두움을 밝혀줄 수 있는 빛이시고, 생명이시라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 가실의 거룩한 부활
신앙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어두움이 아무리 깊고 어둡다 하더라도, “죽음의 골짜기” 한 가운데에도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 주실 하느님을 믿는 것이 바로 우리 가실의 부
활 신앙입니다.
가실의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우리 모두 달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줄 사명이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어제 우리는 하느님의 빛을 서로 서로에게 전달 받았고 전달했듯이, 우리도 우리가 전해 받은 그 “부활
의 찬란한 빛”을 세상에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우리 역시 오늘의 텅빈 무덤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가실이
부활의 증인이라는 것은 우리의 기쁨, 우리가 자비롭게 웃고 기뻐하는 모습이 바로 부활의 증거입니다. 세상 사람
들이 우리 가실의 기쁨을 보고, 그 기쁨이 바로 오늘 부활하신 주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기쁘고 자비롭게 부활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 자신이 죽어야 합니다. 죽지 않으면 오늘의
부활 아침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죽어야 만이 주님의 텅빈 무덤 문을 열고 보게 될 것입니다. 주님
만이 부활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진정 거듭 다시 태어나고 다시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우리 삶의 부활
입니다. 주님이 백 번 부활하신다 해도 우리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면 우리의 부활신앙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부활이란 말이 허깨비요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오늘 주님의 부활을 지금 우리가 여기서 다시 살아내고 또다시 우리가 일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텅빈 무
덤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의 어둡고 욕심스러운 마음에서 그리고 고통과 좌절의 삶에서 기쁨과 감사의 삶으로
부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가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사랑과 용서가 가득한 자비로운 하느님의 집으로
부활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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